과학의 발견

장마도 끝나고 폭염이 온다니
한 번 울어볼까…

매미의 과학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안도현 ‘사랑’
지난 7월 3일 제주지역의 경우 평년보다 보름이나 늦고 중부나 남부지방도 열흘 가까이 늦은 지각 장마가 전국 동시에 시작됐다. 일주일 남짓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무서울 정도로 쏟아 부은 이후 별다른 비 소식 없이 7월 19일에 슬그머니 장마가 끝났다. 장마 기간은 17일에 불과해 중부지방과 제주지방은 역대 3위, 남부지방은 역대 5위로 짧은 장마로 기록됐다. 기후변화 때문인지 올해는 장마시작일, 장마기간, 강수량뿐만 아니라 장마시작 양상도 독특했다. 보통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제주-남부-중부지방 순으로 장마가 시작됐는데 올해는 정체전선이 남북 방향이 아닌 동서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전국이 동시에 시작되고 끝났다.
아이들이 숲 해설가와 함께 하는 매미교실에서 수집망을 들고 매미를 관찰하며 설명을 듣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뛰놀며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을 때가 언제나 돌아올까.

장마 기간에도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30도를 넘는 무더위가 있었지만 장마가 끝나고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 잡으면서 살갗을 뚫을 듯 강한 햇빛과 작열하는 폭염이 찾아왔다. 이렇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면서 ‘여름의 전령사’ 매미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매미는 여름 한 철 시원한 울음소리로 사람들에게 오두막이나 전원을 생각나게 만들고 ‘이제 여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2000년대부터는 요란한 소음 때문에 짜증을 유발시키는 원흉이 되고 있다.
매미는 약 5억 5000만 년 전 지구에 처음 등장한 대표적인 여름 곤충이다. 전 세계 3000여 종이 살고 있는데 호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더운 지역에 다양한 종류의 많은 매미들이 살고 있다. 한국에는 털매미, 늦털매미, 참깽깽매미, 깽깽매미, 말매미, 유지매미, 참매미, 애매미, 쓰름매미, 소요산매미, 세모배매미, 두눈박이좀매미, 호좀매미, 풀매미 14종과 과수농가에 큰 피해를 입혀 골머리를 앓게 하는 외래종 꽃매미까지 15종이 서식하고 있어 그 종류가 적지 않다. 기존에는 고려풀매미와 풀매미가 다른 종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두 종이 같은 매미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한국 매미는 14종으로 정리됐다.
매미는 ‘맴맴’하고 우는 곤충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한국 매미 중 맴맴하고 우는 매미는 참매미이다. 이 때문에 참매미는 한국 대표 매미로 불리기도 한다.

풀매미는 몸길이가 16mm 안팎으로 한국 매미 중에서 가장 작다. 서식지도 국내 3~4곳에 불과하고 풀과 같은 색깔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없다.

매미는 5월 중순부터 10월 중순에 나타나는데 참매미, 말매미, 유지매미, 쓰름매미는 6~8월에 주로 볼 수 있고 늦털매미는 9~10월에 볼 수 있다. 매미는 번데기 단계 없이 알, 애벌레 2단계만 거쳐 성충이 된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암컷이 땅 속에 200~600개 정도의 알을 낳으면 이 알이 땅 속에서 부화돼 ‘굼벵이’라는 이름의 애벌레로 3~17년을 살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굼벵이로 지내는 시간이 3, 5, 7, 11, 13, 17년으로 1과 자신 이외의 자연수로는 나눌 수 없는 ‘소수’이다. 과학자들도 매미의 생애가 왜 소수를 지향하는지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진화생물학자들은 소수의 생을 사는 이유가 천적을 따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매미가 성충으로 사는 기간은 일주일, 길어야 한 달에 불과하기 때문에 굼벵이로 지내는 시간이 곧 수명이다. 북미 지역에서는 13, 17년을 굼벵이로 지내는 13년 매미, 17년 매미들이 많다. 미국 동부와 중서부 지역에서는 17년 주기로 수 억 마리로 추정되는 매미 떼가 나타나 몸살을 앓는데 1990년 시카고에서는 매미 떼로 인해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음악제가 취소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17년 주기를 고려한다면 3년 뒤인 2024년 여름 미국 중서부는 다시 매미 떼로 뒤덮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맴맴’하는 울음소리는 매미 수컷이 내는 소리이다. 암컷은 발음기관이 없어 예전 사람들은 ‘벙어리 매미’라고 부르기도 했다. 매미는 몸통 중간 부분에 있는 진동막, 발음근, 공기주머니로 소리를 낸다. 발음근이 진동막을 빠르게 울려 소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진동막이 떠는 속도에 따라 울음소리는 달라진다. 복부 안에 있는 공기주머니는 진동막에 의해 만들어진 소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몸집이 클수록 울음소리는 크고 요란해진다. 실제로 매미 중 몸집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호주산 삼각머리매미와 배주머니매미의 울음소리는 120dB(데시벨)로 기차, 자동차 경적소리(110dB)보다 크고 공사장에서 바위를 뚫을 때 사용하는 착암기(130dB)나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응원도구로 쓰였던 부부젤라(140dB)에 육박한다. 국내 매미 중에서는 말매미가 최대 90dB 정도 소리를 낸다. ‘차르르르’나 ‘쐐애’처럼 폭포수 같은 울음소리를 20초 이상 크고 길게 내 도시 소음의 주범으로 꼽힌다.
19세기 초 덴마크 동물학자가 발견한 호주 최초의 매미이자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배주머니매미. 몸집이 크다보니 울음소리는 자동차경적소리보다 크고 바위를 뚫을 때 쓰는 착암기나, 요란한 응원도구로 유명한 부부젤라에 육박한다.(위키피디아 제공)

말매미는 몸길이가 43~45mm로 한국산 매미 중에서는 가장 크다. 몸집에 걸맞게 울음소리도 90dB(데시벨) 수준으로 한국 매미 중 가장 크게 운다. 7월 초~중순에 나타나 장마가 끝난 뒤 8월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매미로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여름철 도시 매미가 만들어 내는 소음의 주범이다.(농촌진흥청 제공)

매미가 울기 위해서는 ‘온도’와 ‘빛’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변온동물인 매미가 울기 위해서는 체온이 일정 온도 이상 올라야 한다. 울기에 적합한 체온 범위는 종에 따라 다른데 호주산 배불룩나뭇잎매미는 15도 이상, 삼각머리매미는 18.5도만 되어도 울 수 있다. 한국 매미 중에서는 6월 초에 나타나는 털매미가 16.2도 정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도 울 수 있다. 시적 표현을 고려하지 않고 과학적으로만 따진다면 ‘무더운 여름일수록 매미는 요란하게 운다’.
원래 매미는 밤에는 울지 않지만 최근 유독 밤에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느껴지는 것은 여름철 밤 기온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잦기 때문이다. 매미 체온이 올라 밤에도 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심지역은 빛 공해로 매미가 밤을 낮으로 착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기온이 높고 도심지역은 빛 공해까지 심해 매미들이 밤낮없이 시끄럽게 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초여름에 시작해 여름 내내 울다가는 매미는 대표적인 여름곤충이다. 여름과 시골풍경을 떠올리게 만드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최근에는 여름밤 소음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픽사베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