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사이보그’ 인간인가 기계인가
영화 ‘알리타’로 본 로봇의 미래

최첨단 HW와 SW 결합,
생체 사이보그 이야기

영화 ‘알리타’ 포스터

오른팔과 왼다리에 기계 의수와 의족을 착용하면 인간일까, 기계일까? 살아있는 사람에 팔과 다리만 기계로 대체한 것이기 때문에 인간이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인간일까, 기계일까? 터미네이터는 두뇌가 인공지능, 몸은 로봇이기 때문에 기계로 본다.
그렇다면 인간의 뇌와 기계의 몸을 가진 사이보그는 인간일까, 기계일까? 영화 ‘알리타’ 속 생체 사이보그라 하는 존재는 생각하는 뇌와 행동을 하는 몸이 절반씩 섞여있다. 그런 탓에 인간과 기계라는 분류 자체에 대해 명확히 정의내리기 힘들다.
인간의 뇌는 그대로 유지하고 신체만 교체할 경우 불로장생도 가능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세의 뇌로 몸을 바꿔가며 300년을 산다면 나이는 20세일까, 아니면 320세일까? 남자의 뇌를 여자 사이보그 몸에 옮기면 남자일까, 여자일까? 본질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알리타를 비롯한 생체 사이보그들의 분류가 달라질 수 있다.
영화 ‘알리타: 배틀 엔젤’은 관중이 보기에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팔과 다리가 절단되거나 얼굴이 뭉개지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잔인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로봇은 파괴되어도 피가 나오지 않고,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기 전과 후 알리타에 대한 인식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다시 한 번 질문해 보자. 알리타는 인간인가? 아니면 기계인가?

‘생체 사이보그 기술’
실현 가능할까?

이론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로봇 의수와 의족은 신체 일부분이 없는 장애인들의 행동을 대신해 주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로봇 의수와 DARPA의 ‘루크 암(Luke Arm)’은 현재 대표적인 로봇 의수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영화 스타워즈의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의 한 쪽 팔이 의수인 점에서 이름을 따왔다.
의수와 의족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은 행동 명령을 인식하고 실행하는 기술이다. 사람의 신체는 뇌에서 척추를 거쳐 온몸에 퍼져있는 신경계를 통해 명령이 전달된다. 하지만 팔이나 다리가 없는 경우 신경계 역시 해당 부위부터 연결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 명령을 전달하고, 또 제대로 인식한 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의도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다른 근육들의 신호를 읽는 방법과 뇌파를 직접 읽는 방식이 있다.
알리타에 등장하는 생체 사이보그들은 뇌를 제외한 나머지 신체도 로봇인 경우가 많아 뇌파를 읽는 방식일 것으로 파악된다. 뇌파를 통해 사용자의 의도를 분석한 후 로봇이나 기계를 제어하는 기술을 ‘BCI(Brain-Computer Interface)’라고 한다. 이 기술은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영화 속 생체 사이보그들처럼 완벽하게 움직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뇌파를 읽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헤드기어 같은 장치를 착용한 후 두개골 표면에서 뇌파를 읽는 방식인 ‘EEG-Based’를 비롯해 대뇌 피질의 신호 장치를 심어 뇌파를 읽는 ‘ECoG-Based’ 방식, 그리고 뇌 심층부에 신호 장치를 심는 ‘Spike-Based’ 방식이 있다. ‘ECoG-Based’와 ‘Spike-Based’는 수술을 통해 두개골과 뇌 일부분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썬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주로 EEG-Based 방식을 이용 중이다.
실제 적용 사례로는 ‘에릭 소토(Erik G. Sorto)’씨의 경우다. 에릭 소토씨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이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개발한 칩을 두뇌신경에 심은 후 뇌파로 로봇에 신호를 보내 음료를 입 앞으로 가져오게 한 후,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공개한 적이 있다.
스위스 국립로잔공대에서는 휠체어에 이 기술을 적용해 탑승자의 의도에 따라 방향을 설정하고 움직이게 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같은 기술은 뇌파를 정확하게 인식해야하기 때문에 사용자의 뇌파 데이터를 확보해 행동별로 구분한 후 동작을 수행하게 한다.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이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간다면 영화와 같은 생체 사이보그 기술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인공 알리타는 인간일까? 기계일까?

원격으로 타인의 정신에
접속할 수 있을까?

알리타 영화에서 신기한 장면 중 하나가 사람의 몸을 빌려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다. 공중도시 자렘에 살고 있는 ‘노바’라는 사람이 고철도시의 ‘벡터’라는 사람의 몸을 빌려 말하는 장면은 일종의 빙의와 같은 모습이다. 노바는 벡터의 몸을 완벽하게 조종한다.
과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이론상 행동 제어는 가능하지만, 사람간의 정신 접속은 현재 기술로는 실현 불가다. BCI 기술처럼 원격으로 신호를 수신할 수 있는 칩을 뇌와 같은 주요 신경계에 심는다면 노바가 신호를 보내고, 벡터가 그 신호에 따라 움직이게 될 수 있다. 알리타의 시대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약 500여 년 뒤다. 26세기가 되면 사람 간 정신 접속도 불가능의 영역이 아닐 수 있다.
현재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 현재 가장 비슷한 기술로는 ‘텔레프레전스(Telepresence)’가 대표적 이다. 텔레프레전스는 원격회의 도구 중 하나로 개발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로봇을 대신 보내거나, 또는 준비된 로봇과 연결해 회의를 진행하는 방법이다. 이때 단순하고 모니터에 출력만 되는 수준이 아니라 사용자가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에 따라 로봇이 방향을 바꾼다든지, 손동작을 취할 경우 함께 움직이는 등 더욱 현실감 있는 내용 전달을 가능하게 한다.
500년 후면 사람 간 정신 접속이 가능해질 지도 모른다.

경찰로봇 ‘센츄리온’,
어떻게 적을 분별하나?

영화에는 알리타 같은 생체 사이보그들이 주로 등장하지만, 그 가운데 순수한 기계로봇이 활약한다. 바로 ‘센츄리온’이라고 하는 경찰로봇이다. 도시 치안을 담당하고, 주요시설의 경비 역할을 수행한다. 센츄리온이 어떻게 현상수배범이나 적의를 가진 존재를 구분해 내는 것일까?
생체 사이보그와 센츄리온 모두 사전 경험과 지식, 즉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차이점은 생체 사이보그는 인간의 뇌를 기반으로 순간순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센츄리온은 사전 입력된 정보에 한해서만 정해진 대로 판단한다는 점이다.
센츄리온과 같이 어떠한 상황을 인지한 후 상황에 맞는 판단을 하는 인공지능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한 관련 연구 분야로는 자율주행자동차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주행 시 교통량, 신호현황, 행인 유무, 옆 차의 속도 등 주변 환경에 따라 속도나 방향을 결정한다.
빠른 상황판단이 필요한 국방과학 분야에서 군함이나 전투기는 감시범위 내에 있는 요소들의 행동에 따라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동시에 많은 타깃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고, 또 이들 가운데 우선순위도 가려내야 한다. 이 역시 빠른 연산이 필요하기에 군함의 경우는 슈퍼컴퓨터가 적용되어 있다.
동시에 국방과학 분야의 AI 기술적용은 찬반논란이 뜨겁다. 군용 로봇의 대표적인 예로는 폭발물 처리 로봇(EOD)과 드론 등이 있다. 이들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이러한 무인로봇에 무기를 장착하면 어떻게 될까? 말 그대로 살상병기다. 전쟁에서 아군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의도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사전 정보가 잘못 입력될 경우 민간인을 공격할 수 있다. 아군이 작전을 위해 옷을 갈아입었을 경우를 판단하지 못해 아군을 공격할 수도 있다. 아직 인간 수준의 정확한 판단이 불가능하기에 군용 로봇 실용화에 대해 많은 과학자들이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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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vs 알리타

아이언맨과 알리타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핵심 에너지 동력원(코어)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점은 사용하는 에너지다. 둘 다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원을 사용하지만 아이언맨은 핵융합, 알리타는 반물질이라는 차이가 있다.
아이언맨은 ‘아크 원자로’라고 하는 소형 핵융합 원자로를 가슴에 장착하고 있다. 핵융합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결합시켜 헬륨을 만드는 과정을 이용한다. 이때 발생하는 질량의 결손만큼 에너지가 발생하게 되는데. 아인슈타인의 E=mc2 공식에 따라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환산되는 것이다. 사용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바닷물과 리튬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원이다.
알리타의 반물질 심장은 영화 속에서 고철도시 전체를 3~4년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원으로 표현된다. 음(-)의 전기적 성질을 띠고 있는 전자와 반대로 우주에는 양(+)의 전기적 성질을 갖고 있는 전자가 존재하는데, 이 둘이 만나 사라질 때 질량이 결손 되는 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러한 반물질 원리로 알리타의 심장을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