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인류의 미래 공간,
우주에 가봤니?

‘그래비티’, ‘스테이션7’, ‘퍼스트맨’ 실감나는 우주공간 체험 대표적 영화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개발 각축전⋯ 우주쓰레기 날벼락 위험 갈수록 증가
영화 ‘그래비티’ 포스터

지난 5월 9일 중국의 ‘창정-5B호 우주로켓 잔해물’이 인도양 바다에 추락했다. 국제 규정상 우주로켓은 다른 위성과 부딪히지 않는 ‘묘지’ 궤도에 남겨지도록 설계되지만, 창정-5B호 잔해는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지구로 떨어졌다. 길이 30m, 무게 20톤의 중국 로켓 잔해 탓에 전 세계가 바짝 긴장했다.
우주쓰레기가 지구에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도 미국 스페이스X 로켓의 잔해가 워싱턴주 한 농장에 떨어졌고, 오래되긴 했지만 일본 바다에 우주쓰레기가 떨어져 어부 5명이 다치기도 했다. 1969년의 일이다. 지구 궤도에 1억 2천만 개가 넘는 우주쓰레기가 떠돌고 있다는 통계 자체가 인류에 게 위압감을 준다.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망원경 수리를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주인공 라이언 스톤 박사가 산소도 소리도 없는 우주 한가운데 인공위성 잔해와 충돌사고로 떠다니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그만 우주쓰레기의 파괴력이 얼마나 큰지 화면 영상으로 간접체험만 해도 섬뜩하다. 인간이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우주 유영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대표적 영화를 꼽자면 그래비티와 함께 스테이션7, 퍼스트맨 등이 있다. 우주 다큐멘터리와 같은 이 영화들을 보면서 인류의 미래 공간이 우주가 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동시에 우주 공간을 개척하기가 얼마나 힘든 과제인지도 가늠할 수 있다.

퍼스트맨은 어떻게 달에 가고 지구로 귀환했나?

영화 ‘퍼스트맨’ 포스터

1969년 인류가 최초로 달에 발을 딛는다. 미국의 아폴로 11호에서 내린 닐 암스트롱이 그 주인공. 퍼스트맨의 영상과 음성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인류가 새로운 우주개발의 꿈을 꾸게 만들었다. 최근 올드 스페이스 시대에서 뉴 스페이스 시대로 진입하면서 달을 넘어 화성 탐사의 퍼스트맨이 되려는 민간 우주 개발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암스트롱의 달 탐사 과정은 이륙부터 시작해 지구 출발, 달 궤도 도착, 달 탐사, 달 궤도 출발, 지구 귀환으로 나눌 수 있다. 지구 출발은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새턴-V(Saturn-V) 로켓을 타고 이뤄졌다. 암스트롱이 타고 간 새턴-V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로켓이다. 길이(높이)가 111m, 직경이 10m, 그리고 무게는 3,000t에 이른다. 힘도 세다. 1단 엔진의 추력은 680t급 F1엔진을 5기 묶어 총 3,400t의 추력을 낸다. 지구 저궤도에 118t의 무게를 운반할 수 있다.
새턴-V가 발사된 후 1, 2단 로켓이 분리되며 지구로 떨어지고, 남은 3단 로켓을 점화해 초속 7.8km로 지구 원궤도에 진입했다. 이때 지표면으로부터의 높이는 187km. 이 궤도에서 지구를 3바퀴 돌았다. 마지막으로 3단 로켓을 이용해 지구 궤도를 이탈하는 과정에서 3단 로켓과 사령선 사이를 잇는 달착륙선이 도킹했다. 이 모든 작업은 초속 11.83km로 이동하며 이뤄진다.
도킹을 하고 난 뒤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회전이다. 우주엔 공기가 없기 때문에 태양빛을 그대로 받을 경우 받는 부분은 온도가 영상 130℃까지 상승한다. 반대로 빛을 받지 못하는 뒷면은 영하 120℃까지 떨어진다. 250℃에 이르는 온도차를 조절해주지 않으면 어느 한 쪽은 너무 뜨겁고, 반대쪽은 너무 차가운 상태가 되어 이상이 생긴다. 때문에 달로 이동하는 동안은 한 시간에 한 번씩 자체 회전을 하며 빛을 쪼이는 부분을 달리해줘야 한다.
달에 도착하게 되면 달 궤도에 진입하게 된다. 이때 탐사선의 속도는 초속 2.5km. 달의 위성 속도는 초속 1.6km이기 때문에 초속 0.9km를 감속하며 달 궤도에 진입한다. 달 궤도에 진입한 후 총사령관인 닐 암스트롱과 달착륙선 조종사인 버즈 올드린이 사령선에서 탐사선으로 이동한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이동한 달 탐사선은 하강해 달에 착륙하게 된다. 이 시간이 한국시간으로 1969년 7월 21일 오전 5시 17분 40초다. 탐사 준비를 끝내고 암스트롱이 첫발을 내딛은 순간은 오전 11시 56분이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은 2시간 13분간 달을 탐색했다. 이때 31kg의 달 토양(흙)과 암석을 채취해 가져왔다. 이때 가져온 암석 중 하나가 우리나라 국립중앙과학관에 전시돼 있다.
퍼스트맨은 탐색을 마친 후 다시 탐사선에 탑승한 뒤, 달착륙선(하단부)은 남겨두고 달이륙선(상단부)을 통해 이륙했다.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들어올 때는 다른 인공위성이나 로켓에 비해 훨씬 위험하다. 아폴로 11호는 달로부터의 가속도가 있어 초속 11.06km의 속도로 진입했다. 대기권에서의 온도가 2,760℃까지 상승했다. 기계선을 분리하고 사령선만 남은 아폴로 11호는 무사히 태평양에 착륙했다. 총 195시간 18분 21초라는 비행시간을 기록했다.
퍼스트맨

우주 파편,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가? 추락 지점 미리 알 수 있을까?

영화 ‘스테이션7’ 포스터

스테이션7은 1985년 소련의 우주정거장 ‘살류트 7호(Salyut-7)’ 고장과 이를 수리하기 위해 급파된 유인우주선 ‘소유즈 T-13호(Soyuz T-13)’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영화다. 살류트 7호의 고장은 우주쓰레기 때문에 일어났다.
우주정거장이 떠있는 상공 300~400km 높이에서 초속 8km로 궤도운동을 할 경우, 5g의 자그마한 쇠구슬도 시속 65km로 질주하는 1.5t 트럭의 위력을 갖는다. 5g의 조그만 물체라도 우주정거장을 충분히 파괴할 수 있는 위력이다. 영화상 우주 공간에서 작고, 느리게 보이는 물체들은 실제 매우 빠르게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주에서는 10cm 파편 하나로도 인공위성이 파괴될 수 있다. 지구 주변 300km~3만 6,000km 궤도에 떠다니는 인공위성 속도가 초속 7~8km다. 속도가 빠를수록 운동에너지가 커지기 때문에 충돌하면 큰 충격을 안긴다. 우주 공간에서 초속 10km로 날아가는 지름 0.3cm의 알루미늄 공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시속 100km로 날아가는 볼링공과 같은 충격을 준다. 문제는 이런 우주쓰레기가 계속 쌓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속 살류트 7호와 마찬가지로 우주물체의 추락 위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추락 90분 전 정도부터 추락 위험지역이 판명 가능하지만, 비교적 정확한 예측 시점과 장소는 추락 직전에 예측이 가능하다. 정밀한 예측은 어렵지만 관측된 인공위성의 궤도 정보를 통해 추락시각과 지점을 예측할 수 있다. 때문에 언제든 인공위성의 정확한 위치와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우주공간은 정말 무중력일까?

우주정거장과 인공위성은 왜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정말 우주 공간에는 중력이 없어서일까?
모든 우주 공간에는 중력이 있다. 다만 느끼지 못할 뿐이다. 우주정거장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원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 운동을 할 때 두 가지 힘이 작용한다. 원심력과 구심력이다. 원심력은 중심에서부터 멀어지려 하는 힘(바깥방향)이고, 구심력은 중심으로 가까워지려 하는 힘(중심방향)이다.
원심력이 더 강하면 물체는 바깥방향으로 점점 멀어지거나 튕겨져 나갈 것이고, 구심력이 더 강하면 점점 중심방향으로 가까워진다. 둘의 힘이 같다면 양쪽의 힘이 상쇄되기 때문에 물체는 바깥방향이나 중심방향이 아닌 그저 원의 회전방향으로만 움직이게 된다. 인공위성이 원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지구 중력만 작용하기 때문에 그대로 추락할 것이다. 때문에 인공위성이나 우주정거장을 적정 궤도에 쏘아 올려 지구 주변을 공전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우주영화들은 대부분 SF영화다. 아직까지 인류가 우주에 대해 아는 것보다 무지한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는 극히 일부. 거기에 상상력을 마구 더하는 셈이다. 우주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곳이다. 인류의 미래 공간이다. 그만큼 풀어야 할 비밀이 많다. 과학기술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우주영화가 상상 속 대상이 아니라 머지않아 미래에 우주탐험이 실현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