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어벤져스,
미래 과학의 총집합체!

비브라늄 왕국 와칸다 지키는
‘블랙팬서’

자기부상열차가 도시 곳곳을 누빈다. 최첨단 고층건물이 즐비하다.
도시를 움직이는 기반은 가상의 금속물질 비브라늄이다.
비브라늄을 채굴해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발전시켜 과학기술로 건설된 도시가 눈부시다.
비브라늄 전투기가 날아다니고 각종 첨단 비브라늄 무기들이 즐비하다.

와칸다 왕국,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가 되다

영화 블랙팬서

슈퍼히어로 블랙팬서의 고향 와칸다 왕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에티오피아와 우간다, 케냐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 나라는 외관상으로 교통이나 통신 인프라가 없다시피 하다. 여느 아프리카 국가들처럼 목축업이 일상인 나라로 보인다. 다른 나라의 원조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제3세계 최빈국으로 알려져 있다.
실상은 정 반대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과학왕국이다. 비브라늄을 노리는 외부 세력들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 세상으로부터의 단절을 택했다. 첨단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해 국가 전체를 위장하고 있다. 스텔스 홀로그램 보호막으로 와칸다를 가리고 스스로 최빈국 이미지를 만들어온 것이다.
영화 ‘블랙팬서’ 줄거리는 한마디로 비브라늄 쟁탈전이다. 와칸다 조상들이 외계에서 들여왔다는 비브라늄을 탈취하려는 악당과의 대결과 비브라늄이 가진 특별한 힘을 이용해 세계를 정복하려는 배신자의 야망을 꺾기 위한 블랙팬서의 활약이 펼쳐진다. 멋진 히어로의 액션과 함께 흑인과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과 차별 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와칸다 왕국과 블랙팬서를 마주하면 첨단과학의 미래를 고스란히 실감케 하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과연 비브라늄이 존재할까, 자연계에서 가장 유사한 물질은?

블랙팬서
와칸다의 왕 블랙팬서도 국가의 실체와 걸맞게 화려한 과학기술로 치장했다. 아이언맨에 필적하는 최첨단 슈트로 무장하고 우주선 같은 개인 전투기를 몰고 다닌다. 이들 장비는 모두 ‘비브라늄’이라는 가상의 광물로 제작한 것이다. 비브라늄은 마블 영화의 3대 금속 중 하나다. 토르의 망치 금속인 우르, 울버린의 골격을 이루는 아다만티움, 그리고 블랙팬서 슈트에 쓰인 비브라늄을 합쳐 마블 3대 금속이라고 부른다. 전부 상상 속 물질이다.
비브라늄의 핵심 특성은 충격을 받으면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실제로 볼 수 있는 현상이 있다. 대장간에서 칼을 만들 때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강해진다. 철광석은 달금질과 같은 열처리 과정을 거치면 갑옷과 방패를 뚫을 수 있는 강력한 칼이 된다. 하지만 블랙팬서처럼 강해졌다가 다시 부드러운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만화영화나 상상 속에서만 가능하다.
현실에서 비브라늄과 가장 비슷한 물질을 찾자면 그래핀(Graphene)을 꼽을 수 있다. 그래핀은 이른바 꿈의 물질로 불리기도 한다. 러시아의 물리학자 가임(Andre Konstantin Geim)과 노보셀로프(Sir Konstantin Sergeevich Novoselov)가 그래핀을 세계 최초로 분리해 낸 공로로 2010년 노벨물리학상의 영예를 얻었다. 그래핀은 탄소원자가 벌집처럼 육각형의 형태로 구성돼 있다. 그래핀 한 층이 3옹스트롬(Å : 1mm 천만 분의 1)으로 매우 얇다. 하지만 이 한 층을 그물처럼 만들 경우 4kg 가량의 고양이를 실을 수 있다. 이론상 그래핀 두께를 1cm 적층하면 약 10만 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그래핀으로 섬유를 만들면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전투복과 방탄복을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강도와 열전도율 덕분에 자동차, 디스플레이, 2차 전지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될 수 있는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비브라늄과 가장 유사한 자연계 물질로 이리듐(Ir)과 카바인(Carbyne)을 꼽기도 한다. 극희귀 원소 중 하나인 원자번호 77 이리듐은 그리스 신화 무지개 여신에서 이름을 딴 물질로 내부식성, 내마모성이 훌륭하다. 반도체, 화학 촉매, 비파괴 검사, 방사선 치료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카바인도 극희귀 물질이다. 인류가 찾아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물질은 운석과 우주의 성간 먼지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카바인은 탄소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래핀과 비슷하지만 구조가 다르다. 연구진에 따르면 카바인은 탄소가 더 강하게 결합하고 있어 여러 면에서 그래핀 대비 뛰어난 강도를 보인다.
첨단소재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 블랙팬서 슈트도 만들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현재로서는 비브라늄은 상상의 물질이자 기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이다. 우리는 인공적으로 만든 물질을 메타물질이라고 부른다. 메타물질의 대표적인 예로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투명망토가 있다. 투명망토는 현재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로는 구현할 수 없지만 빛의 굴절률을 바꿀 수 있는 물질을 만들게 되면 투명망토와 비슷한 소재를 만들 수 있다.
블랜팬서의 마지막 전투에서 티찰라 왕자가 적(킬몽고)과 싸울 때 음파안정기(Sonic Stabilizer)를 이용해 비브라늄을 무력화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비브라늄 슈트는 단순 소재라기보다 일종의 보호막 특성(Energetic Field)을 보이는데 이는 현재 기술과 물질로써는 구현할 수 없다. 메타물질의 일종으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
와칸다 왕국

블랙팬서 슈트·스니커스 가능할까

블랙팬서 슈트를 만들 수 있을까.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상상의 존재다. 매크로 구조와 마이크로 구조 사이를 빠르게 전환하는 소재가 발견되지 않았을 뿐더러 기존의 소재로 블랙팬서 슈트와 같은 방어력을 갖기 위해선 두께가 더 두꺼워야 한다. 웨어러블 슈트는 현재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개발 중이다. 하나는 블랙팬서 옷과 같이 얇고 부드럽게 입을 수 있는 엑소슈트(Exosuit)이고 다른 하나는 외골격이 있는 단단한 웨어러블 슈트인 엑소 스켈레톤(Exoskeleton)이다.
엑소슈트는 전자기기 장착이 가능하다. 부드러운 웨어러블 소재들은 몸이 불편한 노약자나 장애인들의 활동을 보조하는 기능을 추가하기도 한다. 엑소 스켈레톤은 재질과 형태상 무겁고 불편하지만 큰 힘을 증강시킬 수 있다.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위험성이 높은 장치를 다루는 등 군용과 산업용으로 주로 활용된다. 엑소 스켈레톤과 같은 단단한 슈트가 아이언맨 슈트라면 부드러운 엑소슈트는 블랙팬서 슈트라 볼 수 있다.
엑소슈트

엑소 스켈레톤

블랙팬서와 아이언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설왕설래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누가 이길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언맨은 아크리액터와 같은 에너지원이 개발되지 못하면 승리할 가능성이 없고 블랙팬서도 비브라늄처럼 강력한 물질이 없으면 탄생할 수 없다.
블랙팬서 스니커스(무음신발)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자국 소리는 신발 바닥과 지면이 부딪히며 발생한다. 이때 소리를 흡수하는 구조를 가진 소재를 신발 바닥에 접촉순서와 면적을 고려해 디자인할 경우 스니커즈는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사냥용 신발에는 일부 적용이 되고 있다. 소리가 나지 않게 하는 방법으로는 음파를 이용한 방법도 있다. 소리가 갖는 파형과 대칭되는 반대파형을 발생시킬 경우 음파끼리 상쇄되며 소리가 소멸되는 방식이다. 이 기술은 이미 소음을 없애주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Noise Cancelling Headphone)에 적용되어 판매되고 있다.
와칸다 포에버(Wakanda Forever)! 블랙팬서의 시그니처 경례다. 영화를 보고 나면 ‘와칸다여 영원하라’는 인사가 귓가에 맴돈다. 와칸다라는 국가 의미 자체에 과학기술이 한 나라의 국력을 좌지우지한다는 숨은 메시지가 담겼다. 과학기술이 영원히 지속가능한 국가를 담보할 가능성이 높다. ‘와칸다 포에버’라는 경례가 마치 우리나라가 반도체나 원자력 분야를 기반으로 성장한 것처럼 미래 국운도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진실이 담긴 예견으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