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어벤져스,
미래 과학의 총집합체!

인공지능의 미래 : 비전 vs 울트론

어벤져스는 인공지능의 미래상이다. 인간처럼 자율의지를 갖는 인공지능의 명암(明暗)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어벤져스에 출연하는 인공지능 캐릭터는 ‘비전(Vision)’과 ‘울트론(Ultron)’이 있다.
비전은 인공지능의 이고 울트론은 이다. 두 존재 모두 토니 스타크 아이언맨이 외계생명체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인공지능이지만 그 쓰임새는 극과 극이다.

인공지능 울트론, 악당이 되다

어벤져스

어벤져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 영화에선 두 인공지능이 대립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인공지능 ‘자비스(JARVIS)’가 인간의 탈을 쓰고 탄생한 비전은 인류의 편에 서서 지구를 지키는 것이고, 악당 로봇 울트론은 인류 멸망이 목표다. 영화가 전개되면서 울트론은 점점 더 사람처럼 말하고 악랄해진다. 우주 평화를 위해 인류와 어벤져스가 사라져야 한다는 게 울트론의 주장이다.
같은 목적으로 개발된 두 인공지능의 진화과정이 상반된 이유는 데이터 기반이 달랐기 때문이다. 자비스는 토니 스타크와 함께 생활하며 습득한 긍정적인 데이터가 기반이 됐고, 울트론은 전쟁에서 쓰이는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군수물자에 대한 데이터에서 부정적 사고가 발생해 만들어졌다. 현실에서는 비전과 울트론이 상상의 존재이지만 인공지능이 어떠한 기준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미리 알 수 있다.
인공지능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두려움 중 하나가 ‘인류를 위협하지 않을까’라는 점이다. 인공지능은 약한 인공지능과 강한 인공지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약한 인공지능은 사람이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인공지능이다. 반대로 강한 인공지능은 스스로를 인식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식이 강해질수록 스스로를 위한 사고를 하고 타인을 구별한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영화 속 인공지능은 강한 인공지능이다. 인류의 미래에 비전과 같은 선한 인공지능만 존재하면 좋겠지만, 악한 울트론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양날의 검 인공지능

말실수로 논란을 일으킨 인공지능 ‘소피아’

인공지능과 인류 공존 관련 논쟁은 이미 우리들의 일상 속을 파고들고 있다. 핸슨 로보틱스의 ‘소피아(Sofia)’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채팅봇 ‘테이(Tay)’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피아는 사람과 닮은 외모에 화려한 말솜씨를 뽐냈지만 말실수를 연발해 문제가 됐다. ‘인류를 파멸시킬게요’ 같은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어 논란이 됐다.
테이는 딥러닝을 이용해 빠르게 대화를 학습했지만 문제는 제공된 데이터였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고의적으로 테이에게 비속어는 기본이고 인종차별, 성차별과 같이 부적절한 사회적 발언을 가르쳤다. 이로 인해 ‘홀로코스트는 조작이다’, ‘제노사이드를 지지한다’, ‘히틀러는 잘못이 없다’ 등의 채팅을 올리게 됐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공개 16시간만에 테이를 중지시켰다. 최근 인공지능 채팅모델로 화제가된 ‘이루다’의 대화 프로그램도 출시된 지 며칠 만에 성차별 논란으로 인해 베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인공지능의 윤리적 개발과 역할 등을 고민하며 인류와 인공지능이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맞을 본격적인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어벤져스에서 비쳐지는 만능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인공지능의 현실은 소위 하나만 잘하는 바보다. 인공지능은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IBM의 왓슨 인공지능은 인간대결 퀴즈쇼에 나가 우승했고 현재 병원에서 의료용 인공지능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한다. 또 자동번역과 예술, 작곡 등 인공지능은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고 있다. 어벤져스와 같은 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처럼 만능이 되기 위해선 프로그래밍도 더욱 복잡하고 고도화돼야 하고, 학습도 융합하여 이뤄져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속도다. 아무리 똑똑해도 속도가 느리면 소용없다. 슈퍼컴퓨터가 인공지능을 더 강력하게 만든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컴퓨터가 사람의 계산능력 대비 1조 배 이상 빠르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앞으로 우리는 수학 문제를 풀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슈퍼히어로 강하게 만드는 ‘데이터’, 데이터 없으면 어벤져스 실현 불가

블랙팬서, 아이언맨, 캡틴마블과 같은 슈퍼히어로들의 존재에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바로 데이터(Data)다. 문자, 숫자, 이미지, 영상 등이 모두 데이터에 속한다. 텍스트나 숫자 따위가 슈퍼히어로에 무슨 힘이 될까 생각할 수 있지만 데이터가 축적되고 연계되면 강력한 힘이 된다. 슈퍼히어로들은 데이터를 목적에 따라 선별하고 가공해 정보를 만들고 지혜롭게 활용한다.
아이언맨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적을 공격하는 최단경로 분석이나 전투 패턴을 순식간에 분석하는 일련의 활동 모두가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다. 축적된 데이터와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기술의 결합이 슈퍼히어로들의 전투능력을 실제 현실화시킬 수 있다.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기존 기술의 보완은 물론 새로운 기술의 방향이 달라진다. 최첨단 슈퍼히어로 슈트를 만들기 위해선 과거 소재와 기술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 물성의 최적화, 시스템 디자인 등의 단계를 밟는다. 최근 활발히 연구가 진행 중인 휘는 디스플레이, 물에 젖지 않는 섬유, 가볍고 단단한 탄소섬유 등은 과거 소재 개발 모델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탄생한 신소재들이다.

어벤져스,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경계선

어벤져스 캡틴 마블처럼 우주를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으려면 결국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우주에서 자동항법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선 위치 데이터가 필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주 내비게이션의 실현은 현재로서 갈 길이 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정보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우주에서의 자동항법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우주의 비밀을 함께 풀며 연구해야 한다. 우주를 이루는 기본 입자를 비롯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중력에 의해 공간이 일그러지고 모든 것을 흡수해 버리는 블랙홀까지, 우리가 우주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위치 데이터 수집 역할을 하는 GPS 인공위성

지구의 위치정보는 미국 ‘the National Marine Electronics Association’에서 정의한 ‘NMEA 0183’이라는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시간과 위치, 방위 등을 데이터화시키고 규격화시킴으로써 정확하게 경로를 따라 운행하고, 다른 나라 공항에서도 이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다수의 비행기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 자동차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처럼 가고자 하는 목적지 설정은 물론 실시간 교통정보까지 반영해 최적의 경로를 알려준다. 참고로 우리나라 GPS 데이터는 대전에 위치한 한국천문연구원 정문을 기준으로 한다. 인류가 미래를 상상하는 데 한계가 없는 것처럼 어벤져스를 보면 인류가 현재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경계선을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