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아인슈타인의 흔적이 서린 ‘세계유산 도시’

스위스 베른

스위스 베른은 ‘상대성이론’의 주역인 아인슈타인의 사연이 담긴 도시다.
베른은 스위스 최초로 세계유산에 등재된 유서 깊은 곳이기도 하다.
곰 깃발 펄럭이는 스위스의 수도에는 오래된 분수들이 도심을 단아하게 치장한다.
스위스 베른

상대성이론을 잉태한 도시

‘백발에 헝클어진 머리, 흰 콧수염…’. 대중들에게 독특한 외모로 인상 깊은 아인슈타인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천재물리학자다. 스위스의 수도 베른에는 알베르토 아인슈타인의 흔적이 짙게 서려 있다. 독일 태생인 아인슈타인은 스위스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베른에서 특허국 직원으로 일했다. 상대성이론, 광양자설 등 20세기 초반 과학사에 큰 획을 그은 논문을 발표한 것도 베른에서의 일이다.
아인슈타인이 머무르며 특수상대성이론을 집필했던 가옥은 ‘아인슈타인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베른의 관광명소가 됐다. 1층에는 카페가 있고 2층에는 그의 사진과 생전에 사용했던 가구,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아인슈타인이 남긴 명언 ‘I never think of the future. It comes soon enough(나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곧 현실로 다가올 테니까)’가 새겨진 엽서나 초콜릿도 판매된다.
아인슈타인의 베른 구도심의 시계탑을 보며 상대성이론의 영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인슈타인 하우스 외에도 베른역사박물관에도 천재물리학자의 유물이 전시 중이다. 아인슈타인은 1921년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아인슈타인이 흠모했던 최고의 취미는 이채롭게도 순풍에 몸을 맡기는 ‘Sailing’이었다. 베른을 감싸고도는 알레강과 인근 호수들은 아인슈타인에게 작은 위안이었던 셈이다.
뉘데크 다리에서 본 알레강

구도심 전역이 세계문화유산

베른의 상징인 시계탑

베른은 알레강이 구도심을 U자로 감싸고 도는 고풍스러운 도시다. 구도심 전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스위스의 수도이기도 하다. 스위스에서 구도심 전역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도시는 베른이 최초이자 유일하다.
도시의 건축물들은 18세기에 재건됐지만 옛 풍취는 고스란히 남아있다. 12세기에 조성된 언덕 위 도시는 몇 세기에 걸쳐 독특한 양식으로 변모했으며 15세기풍의 아케이드, 16세기풍의 분수들을 담아내고 있다. 구시가의 중심인 슈피탈 거리, 시계탑, 대성당, 뉘데크 다리까지 이어지는 길목은 걸어서도 둘러볼 수 있다. 뉘데크 다리는 도시를 감싸고 도는 알레강의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명소다. 알레강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보트 투어의 인기가 높다.
아인슈타인이 영감을 얻었다는 시계탑은 베른의 상징이자 수려한 건축물이다. 도시가 생성됐던 12세기 후반에 지어지기 시작해 16세기 중반에 완성됐다. 매시 정각 4분 전부터 광대와 곰들이 나와 춤을 춘다. 그 시계탑 아래로 트램들이 오간다. 시계탑은 감옥탑 이전에 베른의 출입구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개성 넘치는 11개의 분수대

사자의 입을 여는 삼손의 분수

베른의 구도심은 분수대가 길목 따라 나란히 도열해 있다. 슈피탈, 마르크트, 크람 거리 등에서는 길목을 대표하는 개성 넘치는 분수를 만나게 된다. 11개의 분수들은 독특한 형상으로 눈길을 끈다.
슈피탈거리의 백파이프 연주자 분수는 구멍 난 신발을 신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베른의 창시자인 체링거가 베르톨트 5세를 기려 세웠다는 체링겐 분수는 투구 속 얼굴이 사람이 아닌 곰이다. 마르크트 거리의 소총수 분수, 사자의 입을 여는 삼손의 분수, 식인마귀의 분수 외에도 마을 최초의 병원을 세운 여인을 기리는 분수까지 테마와 사연도 다양하다.
시계탑을 지나면 깃발들이 골목을 메운 크람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분수와 함께 각 주의 깃발이 나부끼는 크람거리의 정경은 베른을 상징하는 사진에 단골로 등장한다. 베른의 석조 아케이드 골목은 이곳에서 도드라진다. 유럽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 중 하나로 저장고 형태의 반지하 상점이 늘어서 있다. 베른은 쇼핑과 북적이는 나이트 라이프로도 유명하다. 크람거리는 알레강변까지 연결되며 베른에서 반생을 보낸 화가 파울 클레의 작품들도 외곽 파울 클레 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곳곳에 곰이 담긴 곰의 고장

크람거리의 곰 깃발

베른은 곰의 도시다. 분수대, 시계탑 등을 찬찬히 살펴보면 여기저기 곰들이 숨어 있다. 소총수와 체링겐 분수 밑에는 아기곰이 총을 들고 포도를 먹고 있으며 시계탑 광대 아래로는 곰들이 행진을 한다. 도시의 이름에도 곰의 의미가 담겨 있다. 주 깃발도 곰이 주인공이며 건축물의 벽면에도 대형 곰이 그려져 있다. 베른이라는 이름 자체가 도시를 세운 체링거 가문이 곰 사냥을 즐겨서 시작됐다는 사연이 전해 내려온다. 뉘데크 다리 건너편에는 곰 공원이 들어서 있다. 곰 공원 언덕으로 올라서면 장미정원으로 연결된다.
스위스 최대의 고딕양식 건물인 베른 대성당은 높이가 100m로 시내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첨탑에 오르면 알프스의 봉우리들이 가깝게 다가선다. 베른은 취리히, 제네바에서 융프라우와 호수의 도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했다. 스위스의 대표적인 세계자연유산인 융프라우와 세계문화유산인 베른은 열차로 불과 50분 거리다. 인터라켄에서 베른까지는 주민들이 출·퇴근도 한다. 도심을 벗어나면 순풍을 타고 보트가 오가는 수려한 튠 호수가 가깝게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