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흐지부지’와 헤어지는 세 가지 방법

영국 하트퍼드셔 대학의 심리학 교수 리처드 와이즈먼(R.J.Wiseman)은 일반인 5,000명을 대상으로 새해를 시작할 때 세운 목표를 사람들이 얼마나 달성하는지 조사했다. 1월 1일에 다짐한 목표를 6개월 이상 지키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결과는 단 10%. 그러니까 10명 중에 9명은 굳세게 다짐한 새해 결심을 흐지부지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다. 새해에 다짐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지 않다고 해도 지나치게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저 90%에 속하는 보통 사람일 뿐이니까. 하지만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아쉬운 마음이 남아있다면 다시 목표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달라지겠다는 결심만 할 것이 아니라 그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3월. 아직 기회가 있다. 3월은 누가 뭐라 해도 시작의 달 아닌가. 다시 출발선에 서 보자. 지금부터 이야기할 세 가지 방법을 곁들여 결심을 한다면 이번에는 달라질 수 있다.

첫째, 운동이 먼저다

운동
독일의 정치인 요쉬카 피셔(J.M. Fischer)는 40대 후반에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혼을 당했고 건강은 완전히 망가졌으며, 정치적으로 한물간 취급을 받았다. 술과 불규칙한 생활에 찌든 그의 몸은 112kg의 초고도 비만이었다. 흐리멍덩한 정신 상태가 계속되자 그는 자신이 파멸 직전에 왔다고 느꼈다. 자신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피셔가 택한 것은 다름 아닌 운동이었다.
그는 운동화를 신고 거리로 나왔다. 달리기를 시작한 첫날 심장의 통증을 이기지 못하고 멈춰선 거리는 고작 200m. 하지만 피셔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가 달리는 거리는 매일 조금씩 늘어났다. 1년 동안 꾸준히 달리기를 한 피셔의 몸무게는 37kg이 줄어있었다. 그는 달리기 마니아가 되었고, 환골탈태한 정치인으로 인기를 끌어 재기에 성공했다. 마침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의 자리에 올랐고, 그 후 무려 7년이나 자리를 지켰다. 더불어 재혼이라는 개인적인 기쁨도 누릴 수 있었다.
새로운 나를 만들기 위한 계획에는 반드시 운동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멋진 근육이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몸이 자존감을 높여주기 때문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운동 자체가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이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혈액의 공급으로 뇌가 최적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운동을 할 때 뇌에서는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량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감정과 명료한 사고가 동시에 가능해진다. 자기 자신을 바꾸겠다는 말은 사실 자신의 뇌를 바꾸겠다는 이야기다.

둘째, 계획은 작고 구체적으로 만들어라

리처드 와이즈먼의 연구에서 새해 결심을 지킨 10%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계획을 아주 구체적으로 세웠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한다’라고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고 정하는 것이다. 계단과 엘리베이터 사이에는 경계선이 명확해서 스스로를 속이는 일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다이어트’라는 막연한 계획에는 적당히 물러설 수 있는 타협의 지점이 무수히 많다. 애초부터 흐지부지될 성격의 계획이니 결국 그리될 수밖에 없다.
행동 지침을 구체적으로 세우되 그것을 작게 쪼개서 굉장히 쉬운 것으로 만들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자기개발 전문가 제임스 클리어(James Clear)는 “새로운 습관을 시작할 때 그 일을 2분 이하로 하라. 거의 어떤 습관이든 2분짜리로 축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즉 매일 독서를 하는 것이 새해 결심이라면 ‘한 페이지를 읽는다’로 축소하고,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새해 결심이라면 ‘문장 세 줄을 SNS에 올린다’로 바꾸라는 이야기다. 물론 궁극적인 목표는 2분이 아니다. 그러나 매일 2분씩 하는 사람은 반드시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셋째, 리추얼을 정하라

리추얼
리추얼(Ritual)의 뜻은 ‘의식’이다. 뛰어난 생산성을 발휘한 사람들은 흔히 자신만의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창시자 스키너(B.F.Skinner)는 글쓰기의 시작과 끝을 타이머의 버저 소리에 맞추었다. 집단 무의식을 발견한 칼 융(Carl Jung)은 휴일이 되면 볼링겐이란 시골마을로 내려가 자신이 손수 지은 돌집에 머물렀다. 소설가 토마스 만(Thomas Mann)은 아침 8시에 일어나자마자 침대에서 커피를 마셨으며,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는 전날 꾼 꿈을 머리맡의 수첩에 메모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상에서 의식은 닻의 역할을 한다. 성당에 들어갈 때 성수를 손으로 찍거나 사찰 입구 일주문에서 합장을 하듯이 일정한 의식을 행함으로써 일상과는 다른 특별한 시공간에 들어간다는 것을 스스로 상기할 수 있다. 새로운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여태껏 해오지 않던 행동을 습관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확실히 자리 잡기 전까지의 행동은 언제든 흐지부지되어 떠내려갈 위험이 있다. 따뜻한 차 한잔이 되어도 좋고 작은 기도를 올려도 좋다. 나만의 닻을 만들어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는 지점에 덧붙여 보자. 그 시간이 자기 자신을 위한 엄숙하고 성스러운 의식이 될 수 있다면 변화는 훨씬 의미 있는 것이 된다.
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다. 두 번째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변화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신을 바꾸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지나간 새해 첫날일지 모른다. 하지만 두 번째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리추얼을 정하기 시작할 때 여러분의 다짐은 ‘흐지부지’에게 작별을 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