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읽기

어벤져스,
미래 과학의 총집합체!

걷고 뛰고 나는 원자력 발전소 ‘아이언맨’

슈퍼히어로 영화 ‘어벤져스’는 모두의 꿈이자 미래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블랙팬서와 같은 어벤져스를 접하면서 ‘나도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빨간 보자기를 묶어 슈퍼맨의 망토를 어깨에 휘두르기도 하고, 수직벽을 타고 오르는 스파이더맨을 흉내를 내보기도 한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미래 스토리, 어벤져스

어벤져스

1970년대만 해도 슈퍼히어로 영화에서는 용접공처럼 생긴 아이언맨이나 몸에 초록색 물감을 잔뜩 바른 헐크가 등장했다. 하지만 CG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 모습들이 그대로 가시화되고 있다.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고 우주를 날아 다니고, 토르가 망치로 번개를 좌지우지하는 장면이 가상의 세계가 아닌 현실인 것만 같은 느낌을 준다.
외계인 침공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낸다는 어벤져스의 뻔한 스토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히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을 부각시킨 요소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어벤져스를 보면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장면들엔 과학기술이 총집결된 미래의 꿈 그 자체인 덕분이다. 어벤져스는 전혀 불가능한 미래가 아닌 우리의 상상이 곧 현실이 되는 과학기술 미래 스토리다.
실제 아이언맨 슈트와 같은 엑소 스켈레톤(Exo-Skeleton)과 엑소 슈트(Exo-Suit), 스파이더맨처럼 벽에 달라붙는 게코(Gecko) 도마뱀 장갑, 자비스·캐런과 같은 인공지능 등 영화 속 등장 기술을 활발히 연구 중이다. 어벤져스 영화 속 과학 원리를 파헤쳐 보면, 아이언맨이나 헐크와 같은 슈퍼히어로들이 진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재미난 상상을 펼칠 수 있다.

소형 원자로 ‘아크 리액터’ 구현 가능할까?

아이언맨이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 수 있는 동력은 아크 리액터다. 가슴 한 가운데 밝게 빛나는 아크 리액터는 아이언맨이 필요로 하는 모든 에너지를 공급하는 핵심이다.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동굴에서 만든 아크 리액터 초기 버전 출력이 3기가와트(GW)다. 이는 걸어 다니는 원자력 발전소 수준이다.
1세대 컴퓨터 에니악은 방을 채울 정도의 크기였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사업 부지 전경

아크 리액터는 주먹만 한 크기의 소형 원자로라고 할 수 있다. 현존하는 기술로는 소형 원자로를 영화처럼 작게 만들 수 없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함부로 예단할 수 없다. 우리가 아는 대표적인 예가 컴퓨터다. 1947년 가동한 1세대 컴퓨터 에니악(ENIAC)은 큰 방을 가득 채우는 크기였다. 사용된 진공관만 17,468개. 방을 가득 채운 30톤(t)의 에니악이 150그램(g)의 스마트폰이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현재 스마트폰의 계산 능력은 에니악의 1조배가 넘는다. 연구가 계속되는 한 머지않은 미래에 소형 원자로가 주먹만 한 아크 리액터로 줄어들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USS Enterprise호

‘아크’라는 단어는 영화에서 명명한 단어다. 현실에서 찾자면 플라즈마, 즉 핵융합 에너지다. 핵융합 연구는 국제적으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사업은 인류 최대의 과학기술 협력 프로젝트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EU,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참여해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거대하고 강력한 핵융합 실험로를 건설하고 있다.
SF 영화에서는 핵융합 에너지가 종종 등장한다. 스타트렉 시리즈에 등장하는 엔터프라이즈호는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로를 구동하는 설정이다. 아이언맨의 토카막 형태와는 다르지만 높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미래 기술에 핵융합 에너지가 쓰인다는 걸 알 수 있다. 실제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에서 레이저 핵융합 실험장치(NIF)를 연구 중이다. 흥미로운 것은 스타트렉에 등장한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엔진과 형태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이다.

아크=플라즈마, 그 숨겨진 가치

우주 물질의 99%는 플라즈마 상태다. 어벤져스에서 번개를 다루는 토르는 ‘아스가르드’라는 행성에서 온 신 같은 존재다. 지구인 관점에서는 토르가 지구 밖 우주의 존재이기 때문에 플라즈마 상태인 번개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아닐까라는 과학적인 해석도 할 수 있다.
플라즈마는 고체, 액체, 기체가 아닌 4번째 물질 상태다. 고체는 원자와 전자가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고체에 열을 가하면 배열이 끊어지며 원자와 전자가 결합해 분자를 이루고 액체 상태가 된다. 열을 더 가하면 분자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분자간 거리가 멀어진 기체 상태가 된다. 이때 분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여기에 더 높은 열을 가하면 분자를 이루고 있던 원자와 전자가 분리되며 전기적으로 양성(+)을 띄는 원자와 음성(-)을 띄는 전자가 제각각 움직이는 전기를 띤 기체 상태가 된다. 이 상태가 바로 플라즈마다.
플라즈마 상태는 핵융합이 가능한 조건 중 하나다. 태양은 거대한 플라즈마 내부에서 활발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며 높은 열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중수소의 핵과 삼중수소의 핵을 뜨거운 환경에서 결합시키면 중성자와 헬륨이 만들어진다. 이때 아주 작은 질량 결손이 발생하는데, 이 작은 질량 결손이 아인슈타인의 E=mc² 원리에 의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로 변환된다. 이러한 반응이 태양 안에서 무수히 진행되고 있다.
지구에서는 플라즈마가 예외적이다. 번개와 오로라가 대표적인 예다. 소나기 구름과 상승기류가 만날 때 주로 일어나는 번개나 극지방에서 발생하는 오로라처럼 지구에서는 플라즈마가 특별한 환경에서만 형성된다. 플라즈마를 이용하기 위해선 인공적으로 특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플라즈마는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고, 대기압 플라즈마 광선검을 만들어 의료용이나 미세먼지 처리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 쓰레기 소각에도 플라즈마가 쓰인다. 플라즈마를 이용해 소각을 할 경우 유해한 환경물질이 만들어지지 않고 모두 분해가 되는 장점이 있다.

히어로처럼 행성 오가는 우주비행 가능할까

장거리 우주비행을 위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방식은 플라즈마 추진 엔진이다. 플라즈마 엔진은 연료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뿜는다. 이 추진력을 바탕으로 비행한다. 플라즈마 엔진을 이용하면 연비가 화석연료 대비 1억배 이상 상승하기 때문에 행성 사이를 오가는 우주비행에 가능한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가 지원하는 애드 아스트라(Ad Astra) 로켓 회사는 플라즈마 엔진을 이용한 우주 비행선 ‘VASIMR’을 연구 중이다. 실제 개발이 완료되면 화성까지 가는데 39일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성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최단 54,600,000km. 현재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탐사선들의 비행시간은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 이동 시간을 줄인다는 의미는 인류의 화성 탐사 가능성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어벤져스 영화는 인류의 우주생활 미래상이다.
플라즈마 엔진을 이용하는 ‘VASIMR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