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과학읽기

무선통신 태동한 ‘미식의 수도’

이탈리아 볼로냐

볼로냐는 ‘뚱보 볼로냐’라는 애칭으로 이탈리아인들에게 익숙하다.
‘미식의 수도’ 외에도 ‘아케이드의 도시’, ‘붉은 지붕의 도시’ 등 다채로운 별칭을 지니고 있다.
베네치아, 밀라노, 피렌체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볼로냐는 무선통신이 태동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볼로냐

‘무선통신의 아버지’ 마르코니

마르코니 볼로냐대학

‘무선통신의 아버지’로 불리는 굴리엘모 마르코니는 1874년 볼로냐에서 태어났다. 마르코니는 볼로냐 대학의 물리학교수이자 전기진동 권위자인 아우루스토 리기에게 지도를 받으며 전자기파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의 무선통신 연구와 실험은 1890년대 중반 볼로냐 일대에서 진행됐다. 무선 수신 장치인 검파기를 만들고, 언덕 넘어 수km 지점에 통신신호를 보내는데 성공한 마르코니는 1896년 22살의 나이에 세계최초로 무선전신 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
그는 세계최초로 무선전신회사를 설립했으며 영국 프랑스 사이 도버해협과 대서양 너머 전자신호를 보내는 과업도 이뤄냈다. 1909년에는 무선통신을 개발하고 실생활에 접목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볼로냐 근교의 폰테기오에는 마르코니 마을과 동상이 자리해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종합대학인 볼로냐 대학은 숱한 과학자들을 배출했다. 지동설을 제창한 코페르니쿠스, 생물학적 전기를 발견한 루이지 갈바니 등 명망 있는 인사들이 거쳐 갔다. 작가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 교수로 볼로냐 대학에 재직했다.
볼로냐 잠보니 거리를 거닐다 보면 골목에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고. 클래식 공연이 연중 열리는 볼로냐 대학 캠퍼스 교정을 지나치게 된다.
볼로냐는 ‘질주용 탈 것’들의 메카이기도 하다. 볼로냐 인근에서는 세계적인 이탈리아의 승용차 브랜드 페라리가 처음 만들어졌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박물관과 함께 모터사이클 두카티의 박물관이 도시 인근에 자리했다.

미식가들이 사랑한 ‘뚱보의 도시’

볼로네제 파스타

‘뚱보의 도시’ 볼로냐에서는 맛집들만 찾아다녀도 하루가 부족하다. 볼로냐 음식들은 조리할 때 올리브 대신 버터와 돼지비계를 정제한 ‘라드’를 고집한다. 어느 식당을 기웃거려도 기본음식에 돼지고기, 치즈 등이 넉넉하게 담겨 있다. 볼로네제 파스타로 불리는 미트소스 파스타 역시 볼로냐가 원조다. 볼로냐는 달걀을 사용하는 북부식 파스타의 본고장으로 가게에서 직접 만든 생 파스타들은 유달리 쫄깃쫄깃한 맛을 자랑한다.
육류나 치즈를 파는 델리카트슨 식당은 다소 조명이 어두워도 도심 골목의 숨은 보물들이다. 돼지고기를 가공해 썰어 내는 살라미, 모르타델라 등이 곁들여진 메뉴를 쫓아 줄을 서는 모습은 이 도시에서 흔한 풍경이다.
볼로냐 주민들은 기름진 음식에 일대에서 출하되는 람브루스코 와인을 곁들인다.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디저트로 마무리하는 게 볼로냐식 식사 수순이다. 피아자 마조레 광장 옆 골목에 들어선 노천시장에서는 볼로냐식 맛 기행이 유쾌한 동선 따라 이뤄진다.

53km의 아케이드 골목

크라쿠프의 바벨성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피렌체를 방문할 때면 단골로 들리던 곳이 볼로냐다. 하루키는 이곳에서 쇼핑을 하고 산책을 즐겼으며 한적한 레스토랑을 찾았다. 피렌체, 밀라노처럼 번잡하지 않은 볼로냐는 삶의 질에 있어서 늘 이탈리아 최고 순위에 랭크되는 풍요로운 땅이기도 하다.
볼로냐에서는 아름다운 음식에 건축미까지 곁들여진다. ‘회랑(아케이드)의 도시’ 볼로냐는 기둥이 노천 지붕을 받치고 있는 ‘포르티코’로 불리는 회랑이 구시가 전역을 감싸고 있다. 구시가를 잇는 아케이드의 길이는 무려 53km에 달한다. 회랑 지붕에는 다양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도 이런 회랑의 도시는 드물다.
도심에서 언덕 위 산 루카 수도원까지는 총 666개의 아치로 연결된 세계에서 가장 긴 포르티코 길이 3.8km로 이어진다. 수도사들이 기거하는 산 루카 수도원를 잇는 계단 회랑길을 이곳 주민들은 조깅 코스로 즐기기도 한다.

붉은 지붕이 수놓은 구시가

아시넬리 탑에서 본 볼로냐 구도심

구시가 대로인 우고 바시 거리 정면에는 볼로냐의 랜드마크인 가리센다, 아시넬리 쌍둥이 탑이 우뚝 솟아 있다. 시인 단테는 가리센다 탑의 기울기에 매료돼 <신곡> 지옥편에 탑에 관한 글귀를 남겼다. 볼로냐에서 가장 높은 아시넬리 탑은 붉은 지붕의 도시 볼로냐가 선명하게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골목 사이로는 크고 작은 탑들이 버섯처럼 봉긋 솟아 있다. 볼로냐의 탑들은 중세 군주들의 권위와 세력을 대변한다. 한때 200개가 넘었던 볼로냐의 탑들은 현재 80여 개만 흔적이 남아있다.
방사선으로 뻗은 12개의 문을 통과한 볼로냐의 길은 구도심의 중앙인 피아자 마조레 광장에서 한데 모인다. 피아자 마조레 광장은 과거 왕궁이 있던 터임을 강변한다. 포데스타 궁전, 엔초 왕궁, 반키 궁전 등 이름도 제각각인 궁전들이 광장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꼼꼼히 살펴보면 1200년대 후반 세워진 건축물들은 15세기까지 증축돼 시대별 양식이 가지런하게 남아 있다.
넵튠 분수, 산 페트로니오 성당 등 광장의 건축물들은 여느 중세 이탈리아 도시들처럼 단아하다. 세계에서 5번째로 크며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 산 페트로니오 성당은 독특한 외관으로 수려함을 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