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견

2월,
다시 화성을 주목하다

‘수-금-지-화-목-토-천-해’

태양계 4번째 행성, 화성

초등학교 과학시간 때부터 외우기 시작했던 태양계 행성들의 이름이다. 2015년 개봉한 SF 영화 ‘마션’덕분에 대중에게 더 익숙하게 다가온 화성은 지구 바로 옆에 있는 태양계 네번째 행성이다. 산화철 성분 때문에 토양이 붉은 색을 띠고 있어 ‘붉은 지구’라는 별명을 가진 화성은 신이 인간을 위해 준비한 또 다른 행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는 “2050년까지 인간을 화성으로 이주시킬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를 시작으로 중국과 미국이 잇따라 화성 탐사선을 발사하면서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나란히 ‘2020년 기억해야 할 과학계 이슈’와 ‘2021년 주목해야 할 과학계 소식’으로 화성탐사를 꼽기도했다. 3개국이 발사한 화성탐사선 모두 2월에 화성 궤도 진입을 예정하고 있어서 이번 달 세계인은 다시 ‘화성’을 주목하게 됐다.

화성탐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

중국의 첫 화성탐사선 ‘텐원 1호’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화성탐사에 많은 나라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지구와 가장 가까우면서 생명체가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행성이기 때문에 화성의 대기와 표면을 분석하면 태양계와 생명체의 기원에 대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순수한 과학적 관심사이다. 다른 하나는 생명체가 살았거나 살았을 만한 환경이라면 언젠가는 인간도 화성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천문학에서는 태양에서 지구까지 거리인 약 1억 5000만km를 기준으로 하는 AU라는 천문단위를 정하고 거리를 표시한다. 태양에서 화성까지 거리는 1.5AU이다. 일반적으로 행성궤도는 타원형이기 때문에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장 가까울 때는 0.37AU, 멀어질 때는 2.5AU로 엄청난 거리차이를 보인다. 화성이 지구와 가장 가까워졌을 때 우주선을 발사하면 이동시간과 연료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화성 공전주기는 686.98일이기 때문에 가장 가까워졌을 때 발사시기를 놓치게 되면 대략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7월 화성 탐사선을 집중적으로 쏘아 올린 이유이기도 하다.

UAE 탐사선 ‘아말’ 가장 먼저 궤도진입

중동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올해 건국 50주년을 맞춰 화성 궤도 진입을 목표로 지난 해 7월 20일 가장 먼저 화성 탐사선을 발사했다. ‘아말(희망)’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탐사선은 2월 10일 오전 1시를 전후해 화성 궤도에 진입한다. 아말이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하면 미국, 러시아, 유럽, 인도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화성 궤도에 진입한 나라로 기록된다. 아말은 화성 궤도에 진입한 다음 궤도를 돌면서 화성 대기층을 분석해 화성의 1년 변화를 담은 기후도를 제작하게 된다.
‘우주개발 늦깎이’ UAE는 기존 우주선진국들 처럼 인공위성이나 발사체 개발을 거쳐 무인 탐사, 유인 탐사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곧바로 화성탐사를 시도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UAE 우주국은 아말을 시작으로 화성탐사와 연구를 본격화해 2117년에는 화성에 도시를 건설하고 사람들을 이주시키겠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한 상태이다.
UAE가 우주개발에 적극적인 것은 언젠가 고갈될 석유 자원이라는 한계 때문에 산유국으로 현재의 지위와 부가 계속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과학기술 집약체인 우주개발로 석유 고갈 이후를 대비하고 우주개발 과정에서 파생되는 스핀오프 기술로 미래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SF 영화 ‘마션’은 인류의 화성 거주가능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IMdB 제공)

2020년 7월 아랍에미리트(UAE)는 화성탐사선 ‘아말’을 가장 먼저 발사했다. (UAE MBRSC(모하메드 반 라시드 우주센터) 제공)

중국은 UAE의 아말이 발사된 사흘 뒤인 지난해 7월 23일 하이난 원창 우주발사장에서 첫 화성탐사선 ‘텐원(천문) 1호’를 발사했다. 텐원 1호는 2월 11일경 화성궤도에 진입해 착륙 준비와 함께 화성 대기탐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4월 말~5월 초에는 화성 표면에 착륙선을 보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텐원 1호의 착륙 예정지는 1976년 미국의 바이킹 2호가 착륙했던 유토피아 평원이다.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착륙선을 보내는데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뿐이다. EU도 2016년 엑소마스의 착륙선 ‘스키아파렐리’가 화성 착륙을 시도했지만 표면과 충돌해 파괴된 바 있다. 만약 이번에 중국이 성공하면 착륙선 안착에 성공한 3번째 나라가 된다. 텐원 1호가 화성에 착륙하면 화성의 지질구조, 토양특성, 물과 얼음 분포 등을 분석하는 등 화성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NASA ‘퍼서비어런스’ 2월 18일 화성 착륙

NASA의 ‘퍼서비어런스’

지난해 가장 늦게 발사된 화성 탐사선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퍼서비어런스’(인내)는 2월 18일 화성 착륙을 계획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는 예제로 충돌구에 착륙할 예정이다. NASA가 착륙지를 예제로 충돌구로 선택한 것은 과거 화성에 서식하던 미생물의 흔적을 발견하기 쉬운 곳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UAE나 중국의 화성 탐사선보다 퍼서비어런스가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은 쉽지 않은 화성 착륙을 시도한다는 것, 1.8㎏의 탐사용 소형 헬리콥터 ‘인제뉴이티’비행실험을 한다는 것, 화성 표면의 흙과 먼지 등을 채취해 원통형 금속용기에 담아 지구로 보낼 계획이기 때문이다.
당초 유럽연합(EU)의 유럽우주국(ESA)도 2020년 7월 탐사로버 ‘로절린드 프랭클린’을 화성에 보내 생명체의 흔적을 탐사하고 화성 표면의 암석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엑소마스 2020’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착륙 장치의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고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때문에 2년 뒤인 2022년 8월 이후로 발사를 미룬 상태이다.
한국은 2022년 달 궤도선을 발사하고 2030년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이 때문에 아직 화성탐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져 있지는 않은 상태이다. 사실 우주 선진국들이 지금처럼 우주 탐사에 활발히 나설 수 있는 것은 연구개발에서 실패를 용인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문화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이 화성탐사에 나서는 모습에 ‘우리도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식의 조바심과 섣부른 훈수는 우주개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