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발견

네이처, 사이언스가 선정한

올해 주목해야 할
과학계 이슈

우한 수산시장

2019년 12월 31일 중국 정부가 후베이성 우한이라는 곳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성 폐렴이 유행하고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당시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그저 중국 한 지역에서 유행하다가 끝나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속출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1~2개월, 길어야 3~4개월이면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해 말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곧이어 미국도 뒤따라 접종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한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올해 연말까지는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의 세계가 어땠는지 기억을 못할 정도로 코로나19라는 전무후무한 감염병이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인에게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이 때문에 2020년을 기준으로 코로나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눠질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2020년 한 해 모든 이슈가 코로나19에 집중되다보니 과학계 소식을 정리하면서 코로나19를 제외한 뉴스를 꼽았다.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과학저널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2021년에 주목해야 할 과학 이슈로 ‘기후변화’와 ‘코로나19’를 가장 앞서 꼽았다. 두 저널 모두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현재 인류가 당면한 절체절명의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4년 5차 종합보고서 발간 이후 7년 만인 올해 3개 실무그룹별 평가보고서를 발간하고 2022년에 종합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표된 연구결과는 지구온난화가 전 지구적으로 일으키는 변화 지표들이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실릴 예정이다. 즉 해수면 상승, 극지방의 빙하 녹는 속도, 가뭄과 홍수 등 극한 기후 발생, 연례행사처럼 발생하는 대형 화재 등의 근거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첫 날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겠다고 밝힌 것도 주목해야 할 점 중 하나이다. 또 2015년 파리협정 이후 6년 만인 2021년 11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회의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파리협정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어떤 목소리가 나오느냐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다.
지난해 전 세계를 위협한 코로나19의 기세는 계속되겠지만 올해는 인류의 반격이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과학계는 올해 코로나19 최초 발원지 추적과 다양한 형태의 백신과 치료제가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1년 시작과 함께 10명의 과학자로 국제조사단을 꾸려 코로나19가 처음 확산된 중국 우한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사단은 코로나19 최초 발원지라고 알려진 우한 수산시장에서 판매되는 박쥐, 천산갑 등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가 될 만한 동물 식자재를 전부 수집해 코로나19 최초 발원지와 감염 경로, 감염 원인을 구체적으로 추적한다. 정확한 최초 발원지 확인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2021년 연말에는 일부 단서가 확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조사가 또 다른 범세계적 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병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예방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백신과 치료제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말 공개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은 메신저RNA(mRNA)를 이용해 만들었다. 병원균의 독성을 약화시켜 주사하는 전통적 방식 대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주입해 체내 면역세포가 항체를 만들어내는 원리이다.
영국 백신 접종

2021년에는 다양한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이 등장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화력을 지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존슨앤존슨 자회사 얀센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바이러스 벡터 방식의 백신을 개발 중인데 면역력이 오래 지속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는 2021년 1월 중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사용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바백스가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항원단백질을 만들어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내놓은 백신은 제조와 유통이 쉽고 효과도 다른 백신들보다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이 백신은 영국에서 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미국과 멕시코에서 3상 임상시험에 돌입해 내년 상반기 중에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위탁생산 계약이 되어 있어서 노바백스 백신을 가장 먼저 만나는 나라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공개될 과학계 빅 이슈 중 하나는 ‘화성’이다. 2020년 7월 중순부터 말까지 불과 보름 사이에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미국이 화성 탐사선을 발사했다. 이 탐사선은 오는 2월에 속속 화성 궤도에 진입한다. 가장 먼저 발사된 UAE의 ‘아말(희망)호’는 2월 9일 화성 궤도에 진입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로버 ‘퍼시비어런스’는 2월 18일 화성 표면에 착륙할 계획이다. 중국 톈원 1호는 2월 11~24일경 화성 궤도에 진입하고 4월 23일 전후로 화성 표면에 착륙선을 보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틀라스V 로켓

미국이 발사한 화성탐사선

1990년 발사돼 30년 동안 심우주 관측 임무를 수행해왔던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개념 설계부터 약 25년 동안의 기다림을 뒤로 하고 드디어 오는 10월 31일 발사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또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이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에 대한 FDA의 최종 승인여부도 2021년 주목받는 과학이슈이다.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 원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두 차례의 대규모 3상 임상시험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 FDA는 승인 거부 의견을 냈지만 최종 승인 여부는 3월 7일 나올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국 제약사 암젠이 ‘KRAS’라는 단백질을 차단해 폐암을 치료할 수 있는 화학항암치료제에 대한 승인을 지난해 말 미 FDA에 신청해 올해 관련 승인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