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제어기 통신 프로그램 ‘에뮬레이터’의 보안성 높일 신기술 2종 개발 항공·군사용 시스템 및 장비에도 활용 기대
원자력발전소 한 호기에는 수백 대의 제어기가 탑재되어, 원전 내 각 장비가 안전하게 가동하도록 조절한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원전 제어기와 제어 PC를 연결하는 통신장치인 ‘에뮬레이터1)’의 성능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아, 보안성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원전 제어기 에뮬레이터는 ‘병렬포트(패러럴 포트, Parallel Port)’를 이용해야만 다른 PC와 연결된다. 더 이상 병렬포트를 지닌 컴퓨터가 생산되지 않으므로 유지보수가 어렵다. Windows XP와 Windows 2000 등 보안 업데이트가 멈춘 과거 운영체제에서만 작동한다는 한계도 있다.
연구원은 원전 제어기가 지닌 보안 난제를 풀었다고 12일 밝혔다. 기존 에뮬레이터의 보안성을 높일 신기술 2종을 확보한 것이다. 연구원 보안기술연구실 손준영 박사팀은 2017년부터 관련 연구에 착수해 본 성과를 이뤄냈다. 연구진은 먼저 병렬포트만을 지원하던 에뮬레이터를 분석해, 오늘날 보편적인 USB 포트와 호환될 새로운 ‘컨버터 케이블’(Converter Cable, 변환 케이블)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에뮬레이터에 이번 케이블을 연결하면, 병렬포트가 없는 컴퓨터에도 꽂을 수 있다. Windows 10, Windows 11 같은 최신 운영체제에서도 동작하도록, 케이블에 탑재할 펌웨어(Firmware) 프로그램까지 개발한 상태다. 병렬포트와 USB 포트를 서로 연결하는 케이블은 시중에 존재했으나, 원전 제어기에는 적용되지 않아 그간 난제로 여겨졌다. 이를 우회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실물 케이블로 구현해낸 것은 연구원이 국제적으로 유일하다.
원전 제어기 자체의 보안성을 높이고자, ‘OTP(One-Time Password) 인증’ 방식도 도입했다. 에뮬레이터와 원전 제어기를 연결한 후, 일회성 비밀번호까지 입력해야만 제어기를 조정할 수 있어 안전하다. OTP는 비밀번호가 고정되지 않고 일회성으로 계속해서 생성되는 방식이므로 ‘가장 강력한 시도 응답기술’을 요구하는 국내 규제 요건을 충족한다. 연구원이 개발한 프로그램 ‘pCert’를 설치하면, 병렬이든 USB든 케이블 종류에 상관없이 OTP 인증 절차가 추가된다.
컨버터 케이블 기술은 현재 특허 출원을 앞두고 있으며, OTP 기술은 2020년 12월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보안기술연구실 손준영 실장은 “컨버터 케이블의 경우 원전 외에도 항공 발사체의 데이터 보안, 군사용 시스템 장비 점검 등에 활용된다.”며 기술 이전 준비 단계라고 설명했다.
연구원 박원석 원장은 “이번에 개발한 신기술은 원자력계 물리적 안전과 사이버 보안을 모두 강화하는 혁신적인 성과”라며 “세계 최초라는 수식에 걸맞게, 앞으로도 원자력 보안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1) 에뮬레이터 다른 장치의 기능적 특성을 복사하거나 다른 장치와 똑같이 실행하도록 설계된 장치
전해질 유출 없는 안전한 배터리 개발
전자선 이용해 반고체 배터리 제조 기술 개발 안전성이 강화된 차세대 배터리로의 응용 기대
전자제품과 전기차 등에 꼭 필요한 배터리에는 액체 전해질이 들어있다. 인화성인 액체 전해질은 배터리 밖으로 샐 수 있어 누액이 발생하거나 화재가 발생하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전자선을 이용해 기존 배터리와 성능은 같지만 더 안전한 반고체 배터리1)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방사선연구부 정찬희 박사 연구팀은 ‘전자선 기반 반고체 배터리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하면 액체 배터리 대비 성능 저감이 없고, 화재 및 폭발에 대한 안전성이 향상된 반고체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상온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투과력이 높아 배터리 내부까지 도달할 수 있는 전자선의 특징에 착안해, 전자선을 조사하면 액체가 반고체 형태로 변하는 전자선 감응형 반응물을 개발했다. 연구원이 개발한 반응물은 기존 액체 전해질에 두 종류의 단량체(비닐렌 카보네이트와 2-시아노에틸 아크릴레이트)와 가교제를 혼합시킨 것으로 전자선을 조사하면 반고체로 변한다. 배터리 내부의 양극, 지지체 및 음극 사이의 공간에 액체 상태의 전자선 감응형 반응물을 채운다. 10MeV 전자선을 조사하면 배터리 내부의 액체 반응물이 겔 형태의 반고체 전해질2)로 변한다.
연구원이 개발한 반고체 배터리의 단면과 원소 분포를 분석한 결과, 액체 전해질 배터리와 동일한 수준의 성능을 확인했다. 배터리 내부에 반고체 전해질이 빈틈없이 고르게 형성되어 성능은 뛰어나면서 겔 형태로 밖으로 유출되지 않아 안전성을 추가로 확보한 것이다.
아울러 장기 사용 안정성 평가 시험을 통해 방전용량3) 변화를 기존 배터리와 비교한 결과, 상온에서는 유사했고, 60℃ 고온에서는 방전용량 감소가 더 적어 우수한 고온 안정성을 확인했다. 또한 제조 과정이 현재의 상용 리튬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수 분 이내의 전자선 조사 공정만 추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용화에 매우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화학공학 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온라인판 9월 23일 자에 논문4)이 게재됐다.
연구를 주도한 정찬희 박사는 “이번 성과는 현재의 배터리 제조 공정에 전자선 조사 공정을 더해 상용 수준의 성능 개선과 양산성 확보가 동시에 가능한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를 바탕으로 안전성이 더 강화된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제조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 반고체 배터리 배터리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에 리튬이온을 전달하는 물질(전해질)이 겔 형태(반고체)인 배터리
2) 반고체 전해질 젤리와 같이 흐름성이 없고 스스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액체 전해질을 함유한 겔 형태의 전해질
3) 방전용량 전지를 방전했을 때 내는 전기량, 전지 성능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4) 논문명 In-situ preparation of gel polymer electrolytes in a fully-assembled lithium ion battery through deeply-penetrating high-energy electron beam irradi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