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ERI 이슈

국내산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저마늄-68’, 미국 첫 수출

미국 ‘Sanders Medical ’에 ‘Ge-68’수출
사이클로트론 및 생산시스템 개선으로 국제시장 경쟁력 확보

(왼쪽부터) 주진식 선임연구원, 공영배 책임연구원, 이준영 선임연구원, 이종철 선임연구원 (의자열) 허민구 방사선이용·운영부장, 박정훈 가속기동원소개발실장

우리나라에서 자체 생산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저마늄-68(Ge-68)’이 처음으로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저마늄-68은 암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 원료이자,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등 방사선영상장비의 정확도를 유지하기 위한 교정선원으로 활용된다. 반감기가 약 270일로 비교적 길어 장기간 운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러시아, 독일 등 기술 선진국이 국제시장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나, 최근 저마늄-68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새로운 공급처 확보가 중요해졌다.
5월 9일, 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사이클로트론1)에서 생산한 저마늄-68을 미국 의료기기회사 ‘샌더스 메디컬(Sanders Medical)’에 수출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방사성동위원소를 수출한 첫 사례다. 샌더스 메디컬은 1994년에 설립된 교정선원 개발 기업이다. 방사선장비 점검에 필요한 교정선원을 제품화해 국제 기업에 공급한다. 연구원은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 새한산업(대표 김영덕)과 연계해 원자력안전재단에 수출신고 및 허가 절차를 이행했으며, 현재 비행기 선적을 마친 상태다. 연구원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 박정훈 박사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본 성과를 이뤄냈다.
연구원은 지난 2019년 ‘RFT-30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저마늄-68 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이후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자 연구시설 및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시스템을 점진적으로 개선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저마늄-68을 생산했다.

저마늄-68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이클로트론이 35MeV(메가전자볼트)급 양성자를 며칠 이상 장기간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원이 보유한 사이클로트론은 고주파, 빔 출력 및 조사시스템 등이 신규 개발돼 해외 사이클로트론과 동등한 성능을 갖췄다. 또한, 연구팀은 저마늄-68 생산시스템의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자체 개발했다. 순수한 단일금속을 이용함으로써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중 다른 핵종이 섞일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이번 수출 물량은 5mCi(밀리퀴리, 약 천만 원)로, 수입사에서 교정선원 제품을 시험 제작하는 데에 우선 사용된다. 연구원은 검증을 거쳐 올해 중 100mCi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방사선진흥협회 정경일 회장은 “저마늄-68은 새로운 의약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 가치 방사성동위원소”라며, “이번 수출은 국내 방사성동위원소 산업 발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연구원 박원석 원장은 “연구원은 방사성동위원소 국산화를 위해 계속해서 연구시설을 보완하고 있다”며 “국제시장에 연구원의 기술력을 전파하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1) 사이클로트론 ‌양성자를 가속해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입자 가속기

해체현장에서 한번에! 방사성폐기물 파악한다

연구원-세안에너텍㈜, ‘방사능 깊이분포 현장측정 프로그램’ 개발
측정시간 10분의 1로 단축, 의료용 가속기 콘크리트 구조물 등 실험 완료

연구원이 개발한 ‘방사능 연속분포 현장측정 기술’을 이용해 의료용 가속기 시설 내 방사화 구조물을 측정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내 핵심 설비들이 장기간 중성자 등에 노출되면, 일부는 방사성물질로 변한다. 이런 방사화 구조물들은 원전 해체 시 ‘방사성폐기물’로 별도 관리되는데, 200L 드럼당 1,500만 원 이상 비용이 소요된다. 방사화구조물을 정확하게 구별해 방사성폐기물량을 절감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국내 연구진이 방사화 구조물의 오염 정도를 원전 해체 현장에서 바로 측정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 상용화에 나선다.
5월 11일, 연구원은 세안에너텍㈜과 함께 ‘방사능 깊이분포 현장측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는 지난 3월 연구원이 기술 이전한 ‘방사화 구조물 방사능 연속분포 현장 측정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당시 연구원은 정액기술료 5,500만 원에 매출액 5%를 경상기술료로 받는 조건으로 기술실시계약을 체결했다. 세안에너텍㈜은 2018년에 설립된 방사선 관리 전문기업으로 향후 폐기물관리 등 원전 해체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원자로를 둘러싼 대형 구조물들은 성분과 중성자와의 거리에 따라 방사능 농도가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구조물에 직접 구멍을 뚫고 여러 깊이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시료를 실험실로 옮겨 단면별 방사능을 측정해야 하므로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렸다. 특히 원자로 주변 콘크리트 벽면의 경우, 중성자에 의해 1m 이상 깊이까지 방사화돼 10개 이상의 단면시료가 필요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원전 해체 현장에 시추 장비를 이송·설치하는 데 수일이 걸린다. 절단 시료 전처리와 검출기를 이용한 분석에는 하나당 1시간으로 평균 10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연구원 홍상범 박사팀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해체 현장에서 방사화된 대형 구조물의 방사능 깊이 분포를 직접 측정할 수 있다. 시료 채취 단계를 생략하면서도, 측정시간을 10분의 1 이상 단축한다. 연구진은 구조물의 깊이에 따라 감마선 스펙트럼이 변하는 현상에 주목해,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했다. 구조물 내부로 들어갈수록 감마선 에너지가 줄어드는 특성을 기반으로, 방사능 깊이 분포를 연속으로 계산한다. 이번 알고리즘은 기존에 사용되던 검출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검출기가 특정 지점의 방사능을 측정하면, 연구원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깊이별 방사능 분포를 역산해낸다.
연구원은 고리1호기 및 의료용 가속기 시설 ‘사이클로트론’에서 실제 방사화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측정해, 실효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이뤄졌으며, 국내에서 관련 특허등록 2건을 완료한 상태다. 해체기술연구부 홍상범 책임연구원은 “방사능 분포를 현장에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소요 시간 및 비용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도 원전해체 시점이 한발 가까워진 만큼, 이번 기술이 해체사업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력연구원과 세안에너텍㈜이 함께 개발한 프로그램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