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눔

왜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일까?

반려동물의 의미

고양이
한 설문조사에서 반려인(반려동물 양육자)에게 가장 큰 기쁨을 주는 것 1위로 반려동물이 꼽혔습니다(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2위는 가족(다른 가족 구성원), 3위는 돈, 4위는 여행이었습니다. 20대 청년 중 31.3%는 “배우자가 반려동물 양육을 반대하면 결혼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조사도 있습니다(2019년 인구보건복지협회). 이런 조사를 보면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이 어떤 의미인지 짐작할 수 있겠죠? 이제 반려동물은 우리와 평생 함께하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반려동물은 언제나 100%로 우리를 사랑해줍니다. 내가 못생겨도, 공부를 못해도, 실수해도, 취업을 못해도 나를 꾸짖지 않고 전적으로 사랑해주죠. 내 직업이 무엇인지, 돈이 얼마나 있는지, 몸무게가 얼마인지 따지지 않고 내 편이 되어줍니다. 반려동물이 주는 이런 ‘차별 없는 사랑’을 고려하면, 위의 설문조사 결과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래서인지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그런데 20~30년 전만 해도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이토록 중요한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사료는커녕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었습니다. 애견카페나 강아지 유치원은 당연히 없었고, 산책도 사치였습니다. 평생 목줄에 묶여 집 밖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거든요. 동물은 그저 ‘도둑으로부터 집을 지키는 존재’ 또는 ‘외로울 때 사다가 귀찮아지면 버리는 장난감’ 혹은 ‘복날에 먹는 음식’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단어가 ‘애완동물’입니다.
애완동물의 ‘애’는 사랑 애()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완’자는 문제가 됩니다. 희롱할 완()으로 장난하다, 놀이하다, 깔보다, 업신여기다, 얕보다, 구경하다, 장난감 등의 뜻이 있거든요. 쉽게 말해 애완동물은 ‘사랑스러운 장난감 동물’이라는 뜻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장난감 취급하면 안 되겠죠? 그래서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이라고 불러야 합니다(애견, 애묘는 괜찮지만, 애완견, 애완묘는 안됩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기저기서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쉽게 접합니다. 카페에서, 엘리베이터에서, 공원에서, 마트에서 말이죠. 이제 누군가 애완견,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쓴다면 여러분께서 반려견, 반려동물로 바로잡아 주시길 바랍니다.

매일 357마리가 버려진다

반려동물 수가 늘면서 함께 증가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유기동물 숫자입니다. 2020년 1년간 발생한 유기동물은 130,401마리로 하루 평균 357마리입니다. 심지어 이 숫자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된 개체만 조사한 수치입니다. 사설보호소 입소개체, 동물보호단체 구조개체, 길거리 유기동물까지 생각하면 실제 유기동물 수는 훨씬 많을 겁니다. 유기동물 관리에 투입되는 세금도 매년 빠르게 증가해 2020년 기준 267억 2천만 원이 소요됐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죠. 만약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하는 분이 있다면, 유기동물 입양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도 일조하면 어떨까요? 간혹 ‘유기동물은 신체적, 정신적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진 분들이 있는데 꼭 그렇지 않습니다. 최근 각 지자체는 도심지에 유기동물입양센터를 만들어서 운영 중인데 수의사 공무원으로부터 예방접종, 구충, 중성화수술 등 건강관리를 받습니다. 일부 강아지공장 출신 펫샵 분양 동물보다 더 건강합니다. 그러니 유기동물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고 유기동물 입양을 긍정적으로 고려해보시길 바랍니다.

반려동물 입양·분양 전 고려할 점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전에 꼭 생각해봐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모든 가족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나만 좋다고 입양했다가 가족 간의 갈등으로 파양할 수도 있거든요. 둘째, 내 생활방식과 주거환경에 적합한 동물(품종)을 선택해야 합니다. 내가 원룸에 사는데 80kg 그레이트데인을 키우는 건 동물학대입니다. 셋째, 반려동물과 함께 보낼 시간이 충분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반려견은 충분한 운동과 산책이 필수입니다. 그리고 배변 교육, 사회화 교육에도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반려묘도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 필요하죠. 넷째, 반려동물 양육은 비용이 드는 일입니다. 사료·용품·미용·예방접종·구충 등 정기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질병·사고 등으로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길 수도 있으며, 휴가나 출장 등으로 동물을 맡기는 비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섯째, 결혼·임신·유학·이사 등 환경의 변화가 언제 있을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5~20년입니다. 이 기간에 큰 변화가 있더라도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감당 가능한 숫자의 동물만 키워야 합니다. 가끔 자신의 능력을 넘어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있는데, 애니멀호딩(Animal Hoarding)이라는 동물학대 행위입니다.

사람보다 중요한 반려동물의 건강검진

반려동물과 오랫동안 건강하게 함께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정기 건강검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은 아프다고 말을 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야생본능이 남아있어서 사람보다 훨씬 더 통증을 잘 참고 티를 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동물이 특정 증상을 보여 병원에 갔을 때는 이미 질병이 한창 진행된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을 15년이라고 했을 때, 이 15년 동안 사람이 평생(70~80년) 걸릴 수 있는 모든 질병이 동물에게도 생깁니다. 질병의 진행속도나 발병시점이 사람보다 훨씬 빠른 것이죠. 동물에게 1년은 사람의 6년 정도에 해당합니다.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해줘도 사람으로 치면 6년에 한 번 검진을 받는 꼴입니다. 부족하지요. 따라서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반려동물의 건강검진을 해주고, 반려동물이 7살이 넘어가면 6개월에 한 번 검진을 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