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학자들은 지구 역사를 생물 멸종 등을 기준으로 누대(eon), 대(era), 기(period), 세(epoch)의 순으로 나눈다. 이러한 지질학적 분류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현생누대 가운데 신생대-제4기-홀로세(Holocene Epoch)에 해당한다. 우리가 사는 홀로세는 지난 11,700년 동안의 시기를 가리키는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급격한 온난화가 시작된 시기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류가 지구에 미친 영향을 반영하여 새로운 지질학적 시기인 인류세(Anthropocene)를 부여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인류세의 시작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그 시점을 언제로 정하든 인류가 지구 환경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로 대두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인간 활동으로 육지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가 변형되었다고 한다. 또한 비료의 사용으로 대기 중 일산화질소가 늘어나고 있으며 화석연료 연소와 삼림 파괴 때문에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년간 40% 증가했다. 또한 바다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되고 있으며 지구상에 존재하던 거대 포유류는 인간에 의해 멸종위기를 겪고 있다.
오늘날 인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환경 변화는 지구의 역사에서 되풀이되는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심각하다. 왜냐하면,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변화의 영향이 광범위하며 결국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와 이로 인한 지구 온도 상승은 가장 대표적인 환경변화라 할 것이다. 지구 온난화는 단순히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폭염, 가뭄, 초대형태풍 등 이상 기후를 유발할 수 있다. 바다의 산성화가 일어나 산호초가 폐사하고 이는 바다 생태계를 위협한다. 심지어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는 식물의 영양소에도 영향을 미쳐 영양학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지난 10월 8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하여 지구 기온이 1.5℃ 상승하는 시나리오와 이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특별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 협정에 참여한 모든 국가들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기로 약속한 목표를 지킨다고 해도 지구 온난화를 1.5℃로 제한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우리는 여전히 신재생과 원자력의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한 시급하고 중요한 목표는 내버려둔 채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있는 행태는 무의미할 뿐만 아니라 무책임하다.